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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희망, 잔망스러운 글
세상과 낯가리기 - 영화, 책, 일상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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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감정조절
오늘 월요일 날씨는 참 비가 왔다 갔다 하네요. 11월 가을 날씨가 이렇게 더웠던 적도 간만이고, 이제 또 바로 추워지고요. 지구도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걸까요? 요즘 저는 기분과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1년 반의 결혼 생활 동안 싸운 적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 제가 감정 기복이 있다 보니 몇 번 싸워보게 됐어요. 일방적인 쌈닭처럼... 그래도 하루 만에 풀었지만요.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등이 각자 감정 조절이 돼야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가끔 천둥 번개도 내리고 하지만, 맑은 하늘이 안정적으로 자주 보이도록 감정조절을 잘 하고 싶어요. 마음을 단단하게 하려고 책을 많이 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여러분도 걸리는 지점이 있다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보세요! 상황이 안된다면 혼자서 해도 도움이 될 거예요. 여러분은 감정조절이 어려울 때 어떻게 하시나요?
+이번 주는 영화 신작 소개 코너입니다. 나름의 평을 해보았는데 개인적인 의견인 점, 스포가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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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주의
New Movie review : 신작 영화 리뷰
<그대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올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인 동시에 호불호가 갈리기로 정평한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그대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의 대토론장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일본 문화가 내 정서에 안 맞기도 하고, 일제 강점기가 배경이라는 것에 조금 거부감이 들긴 했다. 그러나 극과 극의 평가들 덕에 결국 직접 보고 판단하려고 영화관에 갔다.
스토리는 제2차 세계 대전 시기 주인공 소년의 성장 서사를 담는다. 보는 내내 물음표가 떠오르는 낯선 장면 전환들 속에서 붙들 것은 전작의 향기가 나는 장면들뿐이다. 그것들만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기본 골조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주인공이 우연히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 두 세계가 문으로 연결된 설정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고인돌 무덤과 바다를 달리는 장면은 <벼랑 위의 포뇨>, 숲속 정령 ‘코다마’같은 귀여운 캐릭터 ‘와라와라’는 <모노노케 히메>와 닮은 식이다.
떠오른 작품들은 지브리 말고도 또 있다. 새로운 세계의 기괴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무의식과 심리를 우화적으로 펼치는 <보이즈어프레이드>도 생각난다. 난데없이 불타는 종이가 등장하고 왜가리 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는 등 판타지 요소들이 설명되지 않고 나타난다. 신선하다기보다 난해하다. 그것이 각자에게 해석하는 재미를 주고,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은 좋았다.
무엇보다 주인공 소년이 소녀 시절의 어머니를 만나는 점이 좋았다. 같은 나이에 같은 걸 경험한 두 사람이 어떤 미래를 살아낼지 기대하게 하니까. 이번 작품의 소년은 하야오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만큼 전작들에 비해 좀 어두운 성격이다. 이 어둠이 불처럼 밝은 소녀를 만나며 희석된다. 누구나 10대 시절은 혼란스럽고 낯선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시절에 만난 어른에게서 받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질문을 세상에 부딪히며 배워간다. 하야오가 어릴 적 영감을 받았던 동명의 철학 소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적당한 시기에 꺼내든 것 같다. 세계와 인생을 바로 세우는 건 흔히 ‘건축’에 비유된다. ‘악의’를 가진 세상에서 선한 세상을 잘 지어보라는 메시지를 후대에 남긴다. 극장을 나오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남는다. 거장에게서 오래 준비한 질문을 받고 내 안의 건축물이 튼튼한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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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킬링문>, 죽이는 것도 사랑
무려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니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합의 영화. 백인 감독이 만든 원주민을 탄압한 백인의 과오에 대한 이야기. 다소 비상업적인 편집 탓에 파라마운트가 투자에서 손을 떼고 애플이 마무리를 지었다는 비하인드까지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게 흥미로웠다.
내용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에 살던 오세이지 족에 관한 이야기다. 오세이지족은 땅에서 석유가 나오는 바람에 벼락부자가 되지만, 백인들에 의해 목숨과 돈을 빼앗기게 된다. 이 부족뿐 아니라 모든 원주민들의 운명이다. 젊은 여성 원주민 ‘몰리’는 동네 자산가 ‘킹’의 조카 ‘어니스트’와 결혼한다. 어니스트는 킹의 설득에 의해 몰리의 자산을 빼앗으려 결혼했고, 그녀에게 독을 조금씩 주사한다. 자녀를 셋이나 낳은 그들 부부는 오랜 기간 서로 사랑하면서 배신하고, 또 의심한다. 몰리의 자매들을 포함해 몇십 명의 부족들이 죽어간다. 나중에는 마을에 수사단이 파견되며 그들이 후에 ‘FBI’의 전신이 된다. 스콜세지는 이 내용을 3시간 20분의 러닝타임에 담아 진득하고 집요하게 파헤친다.
인상적인 건 몰리와 어니스트 부부의 숨 막히는 애정 관계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디까지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먹먹해진다. 어니스트가 몰리를 오직 돈과 수단으로 본 것만은 아니다. 상당히 모호하게 그려졌지만, 인간은 너무나 다층적이라서 죽이려는 동시에 사랑할 수도 있다. 상대에게 독약을 퍼뜨리면서 느끼는 연민과 사랑의 형태도 있다. (정상적인 사랑은 아니지만) 성욕, 애착, 연민만으로 사랑이라고 믿을 수도, 그래서 자신까지 속이게 될 수도 있다. 그 죽어가는 과정까지 사랑한다고 믿으면서 상대의 모든 걸 빼앗는다. ‘돈과 아내, 둘 다 사랑한다’고 답하는 그의 눈빛엔 죄책감이나 망설임이 없다. 영화는 이런 심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그린다. 범죄의 정당성을 설득하진 않지만 사랑은 설득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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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장의 시대 비판
두 영화는 80세 넘은 거장들의 작품이란 점에서 비슷하다. 이 노장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인생을 반추하는 장면을 넣기도 하며, 현재 시대와 지난 역사를 비판한다. <플라워킬링문>에는 보드빌 장면이 있다. 이것은 영화 내용이 실화임을 선언하는 장면이자, 액자형 구성임을 보여준다. 감독 자신도 등장한다. 영화다운 영화, 감정과 진실을 탐구하는 영화들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비판하고, 백인인 자신들의 잘못을 읊는다. 스콜세지는 이번 영화에 대해 “우리가 만든 이것이 오세이지 족들이 보고, 느끼고, 일종의 제물처럼 받을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한 편의 영화다. 그렇지만 그들이 겪었던 모든 공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고, 이것을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 영화를 그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밝혔다.
스콜세지가 적극적으로 비판 의식을 드러낸 반면, 하야오는 전쟁의 시대를 약간 뜬구름 잡는 듯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하야오의 영화에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한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배경은 1930년대 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이다. 실제로 그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군수공장을 운영했고, 나중에 하야오와 갈등을 빚었다고도 한다. 그 입장에선 자신의 출생이 부끄러웠을 거고 영화에도 이런 복잡한 심경이 살짝 드러난다. 그 점이 이 영화에 대해 비판을 덜 하게 만든다. 어쨌든 피해자 입장에서는 전범국 국민이자 시대의 수혜자였던 하야오가 자기연민을 보이는 것이 거북하기도 하다. 그가 한발 물러나 있다는 인상과 거리감을 주기 때문이다. 군국주의를 은유하는 캐릭터인 ‘앵무새들’도 옛 일본군이 아닌 ‘나치’를 떠올리게 한다. <바람이 분다>에서도 그렇고, 그는 직접적인 비판을 피한다. 하야오의 메시지 자체와 작품성에는 공감하지만, 군국주의에 대해 모호한 시선을 유지하며 피해를 본 쪽과 사람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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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BGM
마녀배달부 키키 OST I 지브리 스튜디오 25주년 콘서트 라이브 - 히사이시 조
10월, 국립극장에서 열린 '히사이시 조 OST 콘서트'에 다녀왔어요. 히사이시 조 콘서트지만 당연히 그가 없는... 내한하지 않았기에... 대신 한국인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그의 테마곡들을 모아 2시간 동안 연주했어요. 새삼 너무 아름다운 곡이 많더라고요. 영화 속 녹음 사운드와 확실히 다르고, 강약 조절이 강렬했어요! 멋지고 다양한 악기들이 많아서 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특히 '마녀배달부 키키 OST'는 제가 안 본 영화라 관심이 없었는데 멜로디가 꿈결같이 아름다웠어요. 초원과 하늘이 생각나며 청량해지는 곡이예요. 찾아보니 라이브 영상이 있어 공유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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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updates
아그레아블 : 프라이데이 라이팅 클럽 (11/10 개강)
4회 진행되는 11월반. 즐겁고 속시원한 쓰기 시간! 11.10/11.17/11.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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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greablebook.com/shop_view/?idx=1737***✨글쓰기 장벽 넘기누구나 백지, 빈 화면을 마주하면 부담스럽죠. 뭘 써야 할지 생각도 안 나고요. 하지만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여러분은 뭐든 할 말이 있는 것입니다! 그걸 좀더 부드럽고 쉽게 꺼내보는 시간을 함께 가져볼 거예요. 같이 쓰는 동료들이 있다면 좀더 재미있고 깊게 성장할 수 있죠. 커리큘럼은 매주 다양한 글쓰기 활동으로 구성됩니다. 주어지는 글감으로 글을 쓰고 따뜻한 연대와 공감을 담은 피드백도 할거예요. 기본적인 문장 훈련과 글쓰기, 독립 출판에 대한 팁도 얻고요.✨매주 퍼스널 브랜딩과 치유 효과
우리는 매주 훈련을 통해 글쓰기 근력을 키웁니다. 꾸준히 소재를 발견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자신을 알아갑니다. SNS로 자신을 홍보할 때나, 직장 생활, 여러 활동에도 글을 잘 쓰면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물론 혼자만 보는 글이라도 괜찮아요. '쓰는 것'의 치유 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죠. 불안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글로 풀다보면 상처에서 거리를 두고 조금 빠져나올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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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쓸수록 어려운 것 같은데요.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면 좀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무엇을 쓸지,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할지, 좋은 글이란 대체 뭔지 막막하시다면 신청해 주세요! 저는 국문과 출신으로 합평을 많이 해보았고 수많은 작법서를 읽었습니다. 매주 여러분의 글을 꼼꼼히 봐드리고 섬세한 피드백을 드릴게요. 프리랜서 작가와 독립출판에 관한 팁도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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